우웅 우웅 우웅

페달을 밟아보라는 교수님의 말씀과 함께 들려오는 재봉틀 소리.

쿵쾅거리며 벅차오르는 가슴에 당장에 눈물이라도 나올 심정이었습니다. 이 소리를 듣기위해 저는 남들과는 다르게 오랜 시간을 돌아왔습니다. 자라오면서 유행이라면 절대 뒤지지 않았던 저였지만, 그래도 대학 진학에 있어서는 막연히 좋은 학교, 취업 잘되는 학과를 찾아 진로를 정하였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옷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하고, 장사를 해보겠다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밀려 또다시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또 아무런 생각 없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목표한 바는 꼭 이루는 성격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게 되었지만, 역시나 회사생활 속에서 느낀 것은 더욱 확고해진 저의 꿈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냥 내 꿈을 버리고 살아가기에는 앞으로 남은 나의 시간들이 너무 무의미하게 흘러갈 것 같아 그 동안의 남들 시선에 따라 살아왔던 시간들을 접고, 패션디자인과로 유명한 서울모드에서 서른의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것, 가장 좋아하고 있는 것, 가장 즐길 수 있는 것

단순한 취미와 관심인 줄 알았던 패션이 결국 남들에게 절대 뒤쳐지지 않을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이였고, 패션업계에서 버티고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주변의 걱정속에서도 제가 가장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위의 세 가지 주문이 저를 패션계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혹시 패션계에서 성공을 꿈꿔왔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패션이 외우는 주문처럼 자신 있고,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정되었을 때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기를 희망합니다. 서른이라는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재봉틀 앞에서 그토록 소망하던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한없이 가슴 설레는 제가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